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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3일 쿠팡의 ‘검색순위 조작 등 소비자 기만행위’ 혐의에 대해 1400억원의 과징금을 매겼습니다. 이와 함께 쿠팡과 PB(Private-Brand) 제품을 만드는 자회사 씨피엘비(CPLB)를 검찰에 고발했죠. 그 발단에는 권호현 변호사(법률사무소 현명)와 참여연대의 공정위 신고가 있었습니다. 쿠팡의 ‘아이템 위너’ 의혹, 별점·댓글 조작 의혹을 공정위에 처음 알린 사람이 바로 권 변호사입니다.
공정위는 2년 넘게 이 사안을 조사했습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쿠팡이 알고리즘을 조작했고, 임직원을 동원해 자기 상품에 높은 별점을 주거나 우호적 구매 후기를 작성하게 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 결과 PB 제품과 직매입 상품이 검색 순위 상단에 오르고 입점업체가 판매하는 상품은 뒤로 밀렸다고 판단했습니다. MTN 이슈체크팀은 지난 24일 권 변호사를 만나 이 사안에 대해 인터뷰를 했습니다.

■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상품 진열, 효과가 다른 이유
-2021년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한 계기를 설명해 주세요.
▶처음엔 ‘아이템 위너’ 건으로 신고했습니다. 아이템 위너는 쿠팡에서 여러 판매자가 같은 상품을 팔 때 가장 저렴하고 조건이 좋은 판매자를 '위너'로 선정해 그 판매자의 상품 페이지와 리뷰를 다른 판매자 상품에 우선 노출하는 시스템을 뜻합니다. 다른 판매자는 그들이 만든 페이지 내용과 사진에 대해 저작권을 보호받지 못하게 되죠. 그러나 이 건은 공정위에서 무혐의로 결론이 났습니다.
이번에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건은 2022년 3월 신고했습니다. 당시엔 알고리즘 조작 여부는 몰랐었고요. 제보에 따르면 쿠팡은 처음에는 입점업체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직매입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쿠팡이 그 상품을 1만원에 팔았는데 다른 오픈마켓에서 같은 상품이 9000원에 팔리고 있다면 쿠팡도 그 가격에 맞춰 팔고, 나머지 차액(1000원)만큼을 직매입 상품 판매자에게 메우라고 했다는 겁니다. ‘우리 마진율을 지켜야 한다’며 광고를 해 달라는 식으로 말이죠.
또 직매입하던 상품을 쿠팡이 어느 순간 PB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바람에 직매입 거래처들이 피해를 본다는 제보도 받아 신고하게 됐습니다.
※PB상품 :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위탁해 제품을 만든 뒤 유통업체 브랜드로 출시하는 상품
-공정위는 쿠팡이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위계행위가 무엇인가요.
▶불공정한 반칙을 써서 소비자로 하여금 검색 상위에 노출된 쿠팡 PB상품을 구매하게끔 속였다는 게 이 과징금의 핵심인 위계행위입니다. 또 저는 공정위가 소비자 뿐 아니라 입점업체를 속인 데 대한 부분도 당연히 더 부각돼야 한다고 봅니다.
-공정위가 본 쿠팡의 행위 가운데 하나는 자기 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고정하는 것이었습니다. 통상 오프라인 매장은 주인 마음대로 상품을 진열할 수 있는데, 쿠팡의 행위는 왜 위법한 건가요.
▶ 마트의 경우 통상 상품을 사 와서 팝니다. 팔리지 않으면 자기 손해죠. 반면 쿠팡은 자기 상품과 경쟁자(입점업체) 상품이 같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PB 상품이나 입점업체 상품이 모두 공정한 규칙 하에 노출된다고 속이고 알고리즘을 조작해 검색 순위 상단으로 올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자사 상품만 파는 공간의 경우 그런 행위를 해도 됩니다. 그런데 쿠팡은 직매입 상품, PB상품 뿐 아니라 입점업체 상품판매도 중개하기 때문에 소비자 선택권이 중요해집니다. 이런 관점에서 입점업체 경쟁자들에겐 공정한 규칙이 적용될 것이라 해놓고 사실 그들을 들러리로 세운 것이죠.
-쿠팡은 다른 대형 유통업체 매장들도 PB상품을 ‘골든 존’(잘 보이는 위치)에 진열한다고 반박합니다. 쿠팡도 비슷한 개념으로 자기 상품을 좋은 위치에 진열한다는 건데,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건가요.
▶ 오프라인 매장이 골든 존에 PB상품을 놓는다고하여 소비자들이 그 상품을 바로 구매하진 않습니다. 소비자들은 그 주변에 있는 경쟁사 상품을 눈으로 보고 비교하면서 구매를 결정하죠. 쿠팡같은 온라인 플랫폼은 다릅니다. 쿠팡 내부 분석 자료에는 검색 순위 1~10위 안에서 매출 대부분이 일어난다고 나와 있습니다. 쿠팡은 그 분석을 바탕으로 자기 상품을 상위에 노출하는 게 너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서 알고리즘을 조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위는 아마존 또한 비슷한 행위로 유럽·미국 경쟁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고 하지만, 쿠팡은 자신들의 행위가 아마존의 혐의와는 다르다고 말합니다. 이 두 사안은 어떻게 비교해야 할까요.
▶ 아마존에 대해 미국이나 EU(유럽연합) 경쟁당국이 어떻게 판단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론 쿠팡이 본질을 호도한다고 봅니다. 알고리즘을 대놓고 조작하고, 임직원을 동원해 허위 리뷰를 실사용 후기인 것처럼 속이는 건 전 세계에서 유례 없는 행위입니다. 이런 행위를 실제로 미국과 EU에서 했으면 그 기업은 해체됐을 겁니다.
-혹시 이번 사건과 비슷한 사례가 국내에서 있었나요.
▶ 네이버의 경우 네이버 쇼핑 부문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판결이 있습니다. 공정위 전원회의 의결에 따르면 ‘검색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적용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가 나옵니다. 네이버는 이에 따라 266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받았습니다. 고등법원(2심) 재판부도 공정위 측 손을 들어줬습니다.

-진짜 일반 소비자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 쿠팡, PB상품 프로모션하면 매출 오르는 것 알고 있었다
-공정위는 쿠팡이 임직원을 동원해 PB상품에 별점을 높게 주고 우호적 리뷰도 달게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쿠팡은 ‘체험단'이란 이름으로 투명하고 적법하게 운영됐고, '임직원들이 준 별점이 일반인 체험단보다도 낮다’라고 반박합니다.
▶ 공정위 신고 당시 정리한 증거가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특정인이 상품 72개를 구매했는데 모두 쿠팡 PB상품만 구매한 것으로 나옵니다. 대부분 별점이 5점이었죠. ‘쿠팡으로부터 상품을 무상으로 교부받아 썼다’는 문구도 나오지 않습니다. (쿠팡 임직원이 맞다면) 리뷰 하나하나가 표시광고법 위반입니다.

-진짜 일반 소비자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 그렇게 보기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신고를 한 겁니다. 제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쿠팡에서 PB 상품 고속 충전기를 구매한 리뷰어 5명이 또 다른 날 동시에 같은 제품을 삽니다. 이들은 한달여 사이 고양이 모래 상품도 7번을 반복해서 샀죠. 그런 식으로 같은 리뷰어들이 비슷한 시기 같은 제품을 산 내용들이 확인됩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구매 패턴이 똑같이 일어난 것이죠.

그래서 이들이 ‘쿠팡이나 계열회사 지시에 따라 특정 PB상품에 대한 리뷰 작업에 동원됐다’라는 가설을 세우고 찾아봤습니다. 이들은 상품을 총 225개 샀는데 모두 쿠팡 PB제품만 구매했고요. 평균적으로 4.92점의 평점을 매긴 게 확인됩니다. 같은 식칼을 일주일 만에 재구매하고, 짧은 기간에 마스크를 600매, 고양이 모래를 210리터나 사는 등의 패턴도 보였죠. 이런 식으로 구매 행태가 비상식적인 건에 대해 허위 리뷰일 것이라 추정한 겁니다.
-쿠팡은 전체 PB상품 리뷰가 2500만개이고 그 가운데 임직원 리뷰는 7만 건(0.3%)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일부를 갖고 모두가 편향적이라 호도할 수 없다’라고 해명했는데요.
▶ 누군가 마시는 물에 독을 타 사람에게 해를 끼칠 땐 치사량만큼만 넣으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0.3%의 리뷰면 (PB상품을) 상위에 노출시키는 데 충분한 겁니다. 그 알고리즘에 대해 쿠팡이 정확히 알고 있던 것이죠.
그럼에도 매출이 덜 일어났을 땐 내부에 ‘임직원 추가 바인 기회가 절실하다’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러면 임직원들이 허위 리뷰를 더 달아주는 것이죠.
※바인(Vine) : 누군가가 상품에 별점을 달고 리뷰를 작성하는 것. 미국 유통업체 아마존의 체험단 프로그램 명칭에서 유래.

-만약 쿠팡이 알고리즘 조작을 할 수 있었다면, 임직원 바인은 왜 한 것일까요.
▶ 추정하기론 스스로 (알고리즘을) 직접 조작하는 게 중대한 범죄 행위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덜 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실제로 내부 소통 문서를 보면 ‘(알고리즘 조작이)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 행위, 기만행위일 수 있고 법적 이슈가 있으니 올해까지만 하고 종료하겠다’는 메일이 네 건 정도 있습니다.
또 리뷰 없는 PB 상품이 검색순위 상단에 있다면 누구나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으니 그걸 숨기기 위해 조작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허위 리뷰를 달아야 소비자들이 봤을 때 ‘구매가 이뤄지고 있다’라고 보여줄 수 있다는 겁니다. 맞다면 소비자뿐 아니라 입점 업체들도 속인 겁니다.
-향후 행정소송으로 갈 텐데, 쿠팡이 위법행위를 했다고 소명할 책임은 공정위에 있지 않나요.
▶ 저는 법원에서 공정위가 이길 것이라 봅니다. 1400억원이 굉장히 보수적이면서 적법한 법 근거에 의해 부과됐다고 보기 때문입니다.저는 과징금이 2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공정위 보도자료에 나와있습니다. 1400억원은 조사 기간(2019년 2월~2023년 7월)까지의 금액이고, 2023년 8월부터 심의일까지 과징금도 추가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에도 쿠팡에서 위법 행위들이 이뤄지고 PB 상품 매출이 늘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쿠팡이 실제로 알고리즘 조작이나 임직원 바인 행위를 했다면, 소비자 편익에는 어떤 영향을 줬을까요.
▶ 과거엔 물가가 떨어진다면 독점 행위도 용인할 수 있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7년 리나 칸(미국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의 논문을 보면 ‘단순히 가격만으로 소비자 후생을 판단해선 안 되며 가격 뿐 아니라 소비자 선택권이 줄어드는 문제,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이 안 나오는 문제도 소비자 후생에 중요한 요소’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리고 공정위 조사 결과를 보면, 쿠팡은 프로모션 행위(직매입·PB상품 검색순위 상위 노출)를 중단하면 상품 판매가격이 떨어진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입점 업체 입장에선 가격 경쟁을 해야 검색 순위 상단에 노출될 수 있는데, 이미 1위엔 PB 상품이 있으니 가격을 내릴 요인이 없죠. 쿠팡 스스로도 자기 상품이 상위에 노출돼 가격을 내릴 이유가 없다는 게 공정위 자료에 나와 있습니다.

권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심판인 쿠팡이 스스로 선수로서 자기에게 경고나 퇴장을 주지 않을 경우 벌어지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쿠팡은 ‘모든 유통업체가 차별화 전략에 따라 PB 상품을 우선적으로 추천 진열하고 있다’라며 ‘소비자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그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니다.
쿠팡은 향후 이 건을 놓고 행정소송을 벌이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국내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유통업체의 검색순위 조작 문제에 대한 소송이 될 텐데, 어떤 판결이 나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일호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